[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양말. 실이나 섬유로 짜서 맨발에 신도록 만든 물건이다. 일부 소수민족을 제외하고 대부분 인간들이 사용한다. 발과 신발 사이의 마찰을 덜고, 발을 보온하고, 발의 상처를 방지하기 위한 의복의 한 종류다. 족의(足衣), 발에 신는 옷이다. 얼핏 보면 우리말 같지만 한자어다. '양말(洋襪)'로 '서양 양(洋)'과 '버선 말(襪)'이다. 특이점은 중국이 아닌 우리가 만든 한자어다.

우리 선조는 삼국시대부터 족의를 사용했다. 바로 '버선'이다. 이 버선은 발 보호 등의 목적이지만 애초부터 한복과 어울려 아름다움의 표현이 추가됐다. 날렵하게 살짝 들려 올라간 버선코는 곡선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양말은 쓰임이, 버선은 끌림이 우선이다. 대한제국 개화기 때 각종 서양문물이 우리나라로 물밀 듯 들어왔다. 이때 삭스(socks)도 들어왔다. 발에 신는 물건으로 보아 우리 버선과 기능이 비슷했다. 신어 보니 버선보다 신기 편하고 특히 세탁도 쉬웠다. 어차피 발 보호를 위해 발옷을 입는다는 점에서 삭스가 생각보다 인기였다. 한복을 입을 때도 편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버선을 삭스가 대신했다. 한동안 삭스로 불리우다 우리말로 바뀌었다. '서양에서 들어왔는데 버선과 용도가 같다'고 해서 '양말'이라 붙였다.

우리나라 말 가운데 외래어와 고유어를 제외하면 한자어의 비중이 70%를 웃돈다. 우리가 만든 한자어도 있고, 중국에서 온 한자도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나 일부 일본 유학파들이 분별없이 사용해 지금에 이르는 일본식 한자어도 있다. 특히 일본식 한자어가 한자어의 80%를 차지한다. 이른바 '개화어'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창제자와 시기 그리고 창제 원리가 확실한 세계 유일의 언어인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1446년) 570년이 지났다. 하지만 한자어와 유관하지만 어원이나 유래도 모르면서 사용하는 말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한글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게 고집한다면 아예 한자어를 순수 한글로 바꾸는 노력이라도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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