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2만 2000 도즈, 내년 상반기 9만여 도즈 부족
백신 단시간 생산 어려운 탓 부족분 확보도 쉽지 않아
무료접종 대상자 축소 우려

정부가 올해부터 만 5세 미만 영유아에 대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백신 무료 접종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백신 확보 물량 부족이 원인으로, 보건당국은 무료접종 대상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올해 영유아 독감백신 무료접종 수급전망 및 대책' 자료를 보면, 5세 미만 영유아 모두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면 253만 6000 도즈(1회 접종분량, 무료접종률 95% 가정)가 필요하지만, 올해 52만 2000 도즈, 내년 상반기에 9만 2000 도즈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보건당국은 지난 7월 여야 합의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만 6세 미만 영유아 독감 예방접종 무료화 사업을 만 5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올해부터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추경경정예산으로 사업비 28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독감백신 특성상 단시간 생산이 어려워 여야 무료접종 계획에 맞춰 부족분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독감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독감 종류를 선정하고 국내외 제약사들이 최소 4~5개월에 걸쳐 약품을 제조·출하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부족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료접종이 시작되면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접종 대상을 계획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독감백신 공급량이 52만2000 도즈 부족해 부족한 물량으로 독감 유행 시기 전인 10~12월 접종을 위해서는 무료접종 대상자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독감 무료 접종 대상인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지역 보건소에는 만 5세 미만부터 무료 접종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는가 하면, 접종 대상자가 줄일 수 있다는 소식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독감 무료 접종 시기나 대상자 포함 여부를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방침이 내려오지 않아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대상자 축소 등이 진행되면 민원도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생후 6~59개월 소아는 65세 이상 노인, 심장·폐 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과 함께 질병관리본부가 지정한 '우선 접종 권장 대상'이지만, 그동안 개인 비용으로 접종해야 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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