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전 대전전민초 교장

어린 시절 하늘을 올려보면서 어머니가 깔아놓은 이부자리처럼 포근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기쁠 땐 더 큰 설렘을, 슬프거나 마음이 무거울 땐 위로를 받는 듯하다. 쳐다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하고 맑아지는 것 같아 기쁘거나 우울할 땐 더더욱 하늘바라기가 됐었다.

지난 8월 말 봉직(奉職) 43년, 교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새록새록 생각해 보아도 나의 공(功)은 50을 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 준 인연의 몫이 훨씬 더 크다.

고마운 인연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하늘을 보면 43년 스친 고마운 인연들이 하늘의 별만큼 빼곡하고 반짝인다. 아이들, 교직원, 학부모…지난 43년이 때론 계면쩍게 생각 들 때도 있다.

지난 해 퇴임 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한국천문연구원(KASI)의 재능기부로 학생들이 하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늘사랑의 날’을 운영했다.

학부모이기도 한 이상성 박사(일명 별 아저씨)를 초청해 하늘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날이다.

질문도 생각도 눈빛도 별처럼 빛나는 소중한 저녁이었다. KASI에서 제공하는 십 여 대의 크고 작은 각종 망원경을 갑천 고수부지에 설치해 놓고 달과 별자리를 관찰하는 쉽지 않은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그 날의 이벤트는 풍등(風燈) 날리기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준비한 가족들의 소박한 기원을 풍등(風燈)에 담아 하늘로 날려 보내는 숙연한 이벤트가 피날레로 장식되었다. 요즘처럼 감동받을 일이 없는 일상에서 하늘에 박혀있는 별을 통해 동심의 설렘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이것이 아름다운 삶이고 순수한 행복이 아닐까?

이외수 소설 '장외인간'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보름날 산 중턱에 앉아 하늘을 보며 밤새 달을 기다린다.

그러나 새벽까지 달은 떠오르지 않았고, 조그만 식당했 운영하느라 너무 바빠 하늘 본적도 너무 오래다.

그래서 언제 달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혹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달과 별, 아니 하늘이 통째로 사라진다면 이 가을 구름 동동 아름다운 파란하늘과 정겨운 달 그리고 점점이 박혀 반짝이는 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자는 코스모스가 있어 가을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아니다.

가을은 파란 하늘이 있어 곱고 아름다운 것이다. 모두가 올 가을엔 하늘이 부끄러워 할 만큼 고개를 크게 젖히고 좋아라 자주 하늘을 쳐다보았으면 좋겠다. 하늘엔 우리 모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파란 꿈이 있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도 거울 속처럼 드러나 볼 수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미운 사람의 얼굴이 하늘을 통해 보면 곱게 보인단다. 웃는 낯으로 자주 하늘을 보며 살아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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