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광범위하고 해석 분분
공직사회 약속 취소 등 눈치
요식업계 2만5천원 메뉴 등
후폭풍 대비책 마련에 골몰
특히 민간분야에서도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다가올 후폭풍을 예상하며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관가의 분위기는 일단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영란법이 워낙 대상이 광범위하고 그 해석이 분분하다 보니 28일 이후 저녁 약속을 취소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각 기관에서는 공식적으로 ‘회식금지령’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비공식 전달을 통해 당분간 오해를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되고 있다. 공직사회가 김영란법을 대비해 몸은 사리는 분위기라면 요식업계를 중심으로한 민간 분야에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쉬운 룸형태의 매장을 갖춘 한정식집과 일식집 등이 특히 긴장하고 있다.
청주지역에서 가장 비싼 한정식집으로 꼽히는 서원구 산남동의 한 음식점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2만 5000원짜리 점심특선 메뉴를 저녁에도 선보이고 있다. 또 식대를 3만원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현재 5000원인 소주 가격을 인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청원구 내덕동의 또 다른 한정식집 역시 주력 상품인 3만원 메뉴를 1000원 낮추는 것을 계획 중이다. 이 업소 대표는 “가족손님 위주의 식당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일단 3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맞출 생각”이라며 “가격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제공되는 음식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식당 보다 평균 가격이 높은 일식당의 우려는 더 크다. 저녁식사의 주요메뉴가 5만원 이상인 흥덕구 봉명동의 한 일식집 대표는 하소연부터 털어놨다. 이 일식집은 일단 소주 한병을 포함한 2만 9000원짜리 메뉴 구성은 끝냈다. 문제는 이 메뉴가 시판되면 일반 손님 역시 이 메뉴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표 A 씨는 “일식집은 특성상 저녁에 회전이 되지 않는다”며 “한 방에 한 팀밖에 받을 수 없는데 2만 9000원짜리 메뉴가 판매되면 전체 매출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심각한 타격을 우려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긴장감은 요식업계를 넘어 이들에게 자재를 납품하는 도매상까지 미치고 있다. 한 주류도매상은 “음식점의 매출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도매상들까지 매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국민들이 찬성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식사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각자 먹은 것은 각자 계산하자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시행 초기 혼란은 있겠지만 분명 우리 사회가 보다 깨끗해지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