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화요글밭]

명절연휴를 앞둔 12일 저녁, 누군가 소파를 잡고 세차게 흔드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 TV를 틀었다. TV에서는 뉴스 속보를 통해 경주지방에 규모 5.1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1차 지진보다 더 강력한 규모 5.8의 지진이 또 발생해 초고층 빌딩이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과 함께 진열된 물건이 쏟아지고, 벽과 지붕이 무너지며 차량이 파손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어린아이가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엄마를 찾듯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켜주고 보호해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존재는 바로 국가이다. 하지만 잘 준비했다고 정부가 장담해왔고, 또 국민이 그렇게 믿어왔던 국가위기 대응시스템은 위급한 상황에서 먹통이 됐고, 한동안 전화도 문자 전송도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조기 응급복구를 위한 특별교부세 40억원을 긴급지원하고 피해 시설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주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이례적으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재난을 관리하는 국민안전처는 뒤늦은 대응을 사과하고 재발이 없도록 철저를 기하겠노라 다짐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바뀌고 있을까? 정부의 다짐을 믿고 우리는 안심하고 있어도 될까? 필자는 잠시 몇 년전 참사를 회상했다. 몇 년전 우리 어른들이 부끄러워 아이들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든 사건, 바로 ‘세월호 참사’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많은 뉘우침과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대다수 국민이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 돼야 할 명제라고 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과 같이 또다시 우리에게 닥친 위험 앞에서는 그때의 과오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지난 19일 추가로 발생한 4.5의 여진에서 조차 국민안전처는 지난 지진 때 보다도 더 늑장대응을 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말았다. 불과 며칠 전 약속마저 지키지 못한 정부,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치단체를 이끌고 있는 필자로서는 솔직히 이 부끄러운 사태에 대해 구민을 볼 낯이 없을 뿐이다. 그저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정말로 이젠 국가적으로 비상조직을 꾸려서라도 완벽한 위기대응 시스템의 구축과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위기대응에 관한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스스로도 대응을 잘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지진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지진에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진이 났을 때 대피 요령을 알리기보다 지진에 상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우리 구에서도 구민에게 ‘지진 시 행동요령’을 교육하고는 있지만 평소 지진 대응 훈련이 충분치 않아 막상 큰 지진을 감지하면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지난번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전체가 흔들리는데 교사가 ‘진정하고 야자 하라’, ‘대피하지 말고 앉아서 공부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런 어이가 없는 뉴스를 접하고 어떻게 아직도 이런 어른들이 있을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학교가 흔들리는 불안한 상태에서 무슨 공부가 되겠는가? 세월호와 같은 사태를 겪고도 아무것도 깨닫지도 배우지도 못한 어른이 어떻게 학생들을 붙잡고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지? 일본처럼 지진에 상시대처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시급한 이때에 정말로 대피하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또 지시를 한 어른이 있다면 영화 대사를 빌려 묻고 싶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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