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시행 앞두고 248회 설명회·4500건 유권해석 의뢰받아
‘직무 관련성’ 개념 혼선많아… 권익위 자의적 해석에 혼선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28일로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많다.

특히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개별 사안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면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익위, 248회 설명회… 4500건 유권해석 의뢰 = 권익위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총 248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었다.

권역별 설명회 14차례에, 권익위 직원이 개별적으로 진행한 설명회가 2015년 154건, 올들어 80건이다. 권익위에는 개별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 의뢰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부터 정부의 온라인 소통 창구인 국민신문고, 권익위 홈페이지, 공문 등을 통해 요청이 들어온 유권해석은 무려 45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80여 건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통계를 잡을 수 없는 전화를 통한 들어온 유권해석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직무 관련성 놓고 혼선… 권익위 '오락가락' = 김영란법 시행이 목전에 왔지만, 법의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아 일정 부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논란이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다. 김영란법은 직무와 관련이 있는 금품 수수는 금지하면서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3만 원 이하 음식물, 5만 원 이하의 선물, 10만 원 이하의 경조사비는 허용하기로 했다. 예컨대 권익위는 예산편성 기간 각 부처의 예산 담당자가 직접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담당자에게는 음식 대접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다.

다만 예산편성 기간이 아닌 경우에는 '직접적인'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3만 원 이하의 음식 대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교사에 대해서도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성적평가나 수행평가 기간을 특정해 음식 대접이나 선물 제공을 금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권익위는 교사에 대해서는 이 기간과 무관하게 음식물·선물 제공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평소에 제공받는 식사나 선물이 학생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권익위 해석대로라면 학생이 담임교사에서 1천 원짜리 음료수 한 잔도 줄 수 없다. 또 형평성 차원에서 성적평가나 수행평가 제도가 없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해서도 식사나 선물 제공을 원천 금지했다. 정부 부처에는 관대하게, 학교 교사에게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성적·수행평가 기간에만 교사에 대한 식사·선물 제공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정확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학교 교사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무 관련성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말 바꾸기'도…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반환기준 변경 = 권익위의 '말 바꾸기'도 문제다.

예컨대 기존에 권익위가 배포한 설명자료 등을 보면 공직자 등이 경조사비 가액기준(10만 원)을 넘어 15만 원의 경조사비를 받는 경우 15만 원 전체를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권익위는 최근 가액기준을 초과하는 금액인 5만 원만 반환하면 된다고 말을 바꿨다.

권익위 관계자는 "문제가 된 금액만을 반환하도록 해야지 전액을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법원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기준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쪽지예산'에 대한 해석도 논란이다. 권익위는 쪽지예산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공익적인 목적의 쪽지예산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특정 사업을 겨냥해서 배정된다면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어정쩡한 답'을 내놓았다.

쪽지예산은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 내 특정사업을 위한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은밀하게' 요청하는 예산이다. 다시 말해 공익적 목적의 쪽지예산과 특정사업을 겨냥한 쪽지예산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김영란법에서는 예산편성 관련 문제는 국회 고유의 권한이라고 보고 부정청탁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결국 법의 범위를 벗어나 유권해석을 내리다 보니 이같이 앞뒤가 안 맞는 해석이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법의 사각지대… 우회적인 접대는 통제 힘들어 = 법의 사각지대도 남아 있다.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자로부터는 접대를 받을 수 없지만 제3자를 통한 우회적인 접대는 현실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 예컨대 공직자 A는 직무 관련자 B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을 수 없지만, B의 동창 C가 참여해 함께 골프를 친 뒤 C가 비용을 계산한다면 법에 걸리지 않는다. A와 C 사이에는 직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회적인 접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이 가능하겠지만 이를 밝혀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공직자 등의 부인이 가액기준 이상의 선물을 받는 경우 처벌 대상이지만, 자식이나 부모가 받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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