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 청양서점 45년만에 폐점, 시대따라 인터넷서점으로 변경
대형서점탓 위축 7여개만 남아, 단골들 “추억들 사라져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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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원동 헌책방 거리의 터줏대감 격이었던 ‘청양서점’이 4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원동 헌책방 거리에서 풍기던 오래된 책 냄새의 흔적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청양서점은 1970년대부터 한 자리에서 2대째 헌책을 팔아왔던 곳으로, 주인은 인터넷서점을 열기 위해 한달 전부터 점포는 임대를 내놨다.

서점과 손님들 간 쌓인 수십년간의 정을 알려주듯, 임대를 알리는 플래카드 안에는 감사의 인사말이 크게 쓰여 있다. 헌책방 한 곳이 사라진다는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새 당연한 풍경이 됐다. 원동 헌책방 거리는 1958년 원동서적을 시작으로 헌책방 수십여 곳이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됐는데, 이제는 맏형 격인 고려당서점을 필두로 육일서점, 영창서점, 성실서점 등 남은 곳은 불과 7개 남짓이다.

6개월 전에는 종로서점 자리가 중고레코드판을 파는 가게로 변했고 5년전쯤에는 동인서점, 10여년전에는 신일, 한국서점 등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한때는 현재 헐려버린 홍명상가 인근에 작은 헌책 노점상 6~7여곳이 자리했었지만, 이제 그자리에 남아있는 곳도 30년 역사 중도서점 한 곳뿐이다. 헌책방들이 사라지는 배경은 여러가지다. 이곳 헌책방들은 넓고 쾌적한 대형 중고서점이 3년 전 다리 건너 은행동에 한 곳, 올해 둔산동에 또 한 곳 들어서면서 생존에 큰 위협을 느꼈다. 하루에 책 한 권 팔기가 점차 더 어려워진 탓에 가업을 물려받겠다는 가족이나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20대, 30대부터 헌책방을 꾸려왔던 주인들도, 추억을 함께한 단골손님들도 같이 은퇴할 나이를 맞으면서 거리는 자연스럽게 빈 점포가 늘고 있다. 성실서점 황영애(59·여) 사장은 “가게를 시작할 때는 거리에 헌책방들로 빼곡했다. 지금은 인적조차 뜸해 임대료 내기도 빠듯하다”고 밝혔다. 적막감이 감도는 헌책방 거리에 단골 손님들의 아쉬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헌책방은 세상에 잊힌 고서를 만날 수 있는 보물섬 같은 곳이자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고학생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장소였다. 임용아(72) 씨는 “퇴근하면 헌책방 골목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헌책을 사서 수집하는 게 취미였는데 이제는 옛날 추억과 친구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 그저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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