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아침마당]

아프리카 주민들의 '먹는 물'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심각한 지경이다. 심지어 오염된 물을 마신 주민의 몸속에 기생충이 1m나 될 정도로 자라서 몸 밖으로 나오는 사태까지 있었다. 이처럼 아프리카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에, 동물의 오물까지 뒤섞이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10억명의 인구가 그렇게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으며, 그 80%가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에 걸리는 심각한 상황. 그래서 물 문제만 해결해도 인간생명을 50%는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물 문제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특히 대전에서도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6년간 8월에 생산된 대전의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s)이 2.6배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0.044㎎/ℓ로 서울을 비롯 수도권 37개 정수장(0.029㎎/ℓ), 낙동강의 경남 9개 정수장(0.040㎎/ℓ) 보다도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역시 지난 여름에 실감했듯이 폭염 속에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녹조현상과 수인성 전염병을 우려하여 살포하는 염소 때문이다. 특히 녹조 일수는 매년 늘어나 2011년 29일이던 게 지난해는 40일, 그리고 올해는 50일을 기록했다. 결국 물맛은 물론, 냄새에 이르기까지 '인기 없는 식수'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어느 환경공학 교수의 말처럼 THMs가 발암성 물질이며 기준치 초과냐 아니냐를 떠나 그것이 우리 시민의 몸에 만성적으로 축적되면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의 건강에 위협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라면 대청호의 축산 오염 정화 등 수질을 항구적으로 개선하며 현재의 정수처리시설을 고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제는 돈, 즉 예산이다. 대전시 측에 따르면 고도처리시설에 들어가는 사업비가 1674억원이나 된다. 이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대전시 형편으로서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놓은 안이 민간투자사업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민영화'로 인식되기도 하다가 드디어 대전시 의회가 만장일치로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벽에 부딪혔다. 물론 시민단체가 일찍부터 '민간기업은 이윤을 위해 운영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요금인상으로 이어진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시민단체 주장이나 의회의 결정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고 또 그것이 시민을 위한 결단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른 목소리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침묵하는 말없는 소리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민간투자로 수도요금 추가부담이 발생하는 문제는,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장치를 시의회가 마련하면 발암물질에서 해방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시민도 많다.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 해도 시설투자비 보전관계로 그만큼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 하다면….)

또한 이 사업이 민영화냐, 민간투자냐 하는 명확한 성격을 규명하고 천변도로(도시고속도로) 사업에서 보듯 기업의 이윤추구로 인한 시 재정 손실 예방책은 없는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를 갖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우리는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융합시키고 나아가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는 수준 높은 민주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을 반대하는 측도 아니고 찬성하는 측도 아닌 기관이 중심이 되어 공청회나 TV 토론회 등을 주관하여 전문가들의 연구, 시민들의 의견 등 진지한 고민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 결과 여론이 정리되면 가부 결정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물은 생명이며 어떤 정치적 입장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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