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 국립생태원
아이 컨택(eye contact)은 대인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매너의 바탕을 이룬다. 가령 건배할 때는 술잔이나 테이블 또는 다른 곳을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의 눈을 향하여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가볍게 잔을 맞대는 예절은 이제 세계 공통의 코드가 되었음에도 아직 실천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연단에서 강연이나 강의를 할 때에도 연사는 청중에게 눈길을 보내야 한다. 대체로 왼쪽 코너에 있는 사람부터 지그재그 형태로 골고루 시선을 옮기면서 특히 연사에게 우호적인 반응이나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오래 눈길을 주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계층 간, 구성원 간 갈등과 불화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시선의 접촉, 눈길의 화합 그리고 이를 통한 소통과 교감이 더욱 절실한데 여전히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국가원수로부터 재계의 거물, 고위공직자와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물들의 악수나 건배 모습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비껴나 있음을 보여준다. 악수할 때 똑바로 서서 가볍지만 힘 있게 손을 마주잡고 부드러운 시선을 주고받으며 덕담을 건네는 당당한 국제정격 악수매너는 언제쯤 정착될까. 과도하게 몸을 굽히며 머리를 조아리는가하면 왼손을 오른쪽 손목이나 겨드랑이에 붙이며 시선은 땅바닥을 향하는 국적불명의 악수태도가 남아있는 한 매너선진국 진입은 어렵지 않을까.

신선한 감동을 주는 사진 한 장을 본다.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이 키가 작은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시상을 할 때 아예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춘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쉬울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눈높이 매너, 상대를 편안하게 배려하는 예절의 정격을 보여준다. 이런 '생태의 매너'가 널리 확산된다면 훨씬 부드러운 사회가 도래하리라 생각해본다. <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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