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충북본사 사회교육부장
[데스크칼럼]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반도는 지진에서 자유롭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진 대비에 ‘소홀’했고, 국민들은 지진위험에 ‘둔감’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400여차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온 국민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충북에서도 감지됐다. 진도 5.8 지진은 1978년 한반도 지진 계측 이후 최대 규모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현실을 둘러보자. 충북지역 건축물 대부분이 지진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1988년 6층 이상 10만㎡ 건물에만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 이후 3층 이상 1000㎡까지 강화했지만 법 적용을 받지 않은 노후 건축물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법 적용 이전에 지어진 청사나 교량·터널 등 공공시설물의 경우 내진 성능을 평가하고 보강해야 하지만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내진 설계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 설치된 도내 공공시설은 모두 1812개다. 청사 558개, 교량·터널 787개, 수도시설 142개, 하수도 155개, 병원 131개 등이다.

충북도는 지난해까지 수년간 지방비 136억 6200만원을 들였지만 469개소(25.9%)를 내진 보강하는 데 그쳤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공공시설물 1343곳(74.1%)의 내진 보강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교량·터널이 가장 많은 613개소이고, 공공청사는 383곳, 수도시설 117곳, 공공하수처리시설 115곳, 병원시설 94곳 등이다. 도는 올해 17억 8500만원을 들여 5개 공공시설물의 내진 성능을 보강하고, 25곳의 내진 성능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런 사정은 도내 학교 건물도 마찬가지. 내진 설계를 의무화한 2009년 이전에 건립된 교사(校舍), 기숙사, 강당, 급식소 시설이 강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484개 초·중·고·특수학교 건물 1546개 중 24.1% 372개만 내진 설계됐거나 내진 보강됐다. 나머지 1174곳은 내진 미적용 건물이다. 도교육청은 너무 낡은 건물을 제외하고 활용도가 높은 건물의 우선순위를 정해 매년 4~5개 건물을 대상으로 내진 보강 사업을 벌여왔다. 도교육청은 내년에 45억 6000만원을 들여 13개 학교 건물, 13개를 대상으로 내진을 보강할 계획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진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등 한반도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분명해졌다. 한반도 중심인 충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지진 대비는 너무나 허술하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을 세운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때뿐이다. 이 때문에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도심지역에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 건물, 교량, 터널, 지하차도 등 시설물에 내진설계를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지진 등 자연재해는 예고 없이 닥친다. 한 번 덮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기 마련이다.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와 대피요령 습득만이 최선책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진 대피요령을 배운 적이 없거나, 있더라도 형식적 교육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지진 대처교육이 부실했다. 이제는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 요인을 미리 걷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지진 대응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고층 건물이나 교량, 터널, 지하차도 등을 건설할 때 반드시 엄격하게 내진설계를 해야 하며 관련당국은 이를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 지진 등 자연재해는 철저한 대비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