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시장 산호식당 닭도리탕

이 음식을 먹으러 가면 항상 논쟁이 벌어진다. 표기방식을 두고선 ‘닭도리탕’이 맞는지, ‘닭볶음탕’이 맞는지 설전이 오가며 어떤 때는 얼굴을 붉힐 정도로 말싸움이 붙기도 한다.

닭을 도려내서 요리하니 닭도리탕이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과 도리는 일본어인 니와도리(にわとり·鷄)에서 왔으니 닭볶음탕이 바르다는 주장이 한바탕 오고가면 어느새 자박한 국물이 끓고 닭이 익는다.

그 때 자리에 앉은 누군가 불을 줄이고, 냄비에서 김이 올라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싸움을 멈추고 경건한 자세로 고기를 한 덩이씩 입에 물기 시작한다.

대동시장 산호식당은 이 음식을 ‘닭도리탕’으로 안내하고 있으므로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인 닭볶음탕 대신 주인의 의견을 반영해 닭도리탕으로 표기한다.

대동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대동지하차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산호식당이라는 작은 음식점이 보인다. 상호도 평범하고 투박한 인테리어에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지만, 착한 가격과 전라도에서 온 주인장의 손맛은 한식집과 견주어도 손색없다.

닭도리탕의 국물이 묽으면 고기에 국물이 잘 안 배어들어 싱겁고, 너무 되면 텁텁하니 먹기 거북스럽다. 산호식당 닭도리탕은 묽지도 되지도 않는 ‘자박’한 경계를 오가며 깊은 맛을 낸다.

탕의 재료는 의외로 간단한 편이다. 토종닭과 감자, 당근, 대파 그리고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 양념 외에는 별다른 재료는 없다.

식당 주인은 간단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내는 비결은 조리법이라고 귀띔했다.

산호식당 김옥란 사장(62)은 “육수를 맹물 대신 멸치, 양파, 파, 무, 다시마로 우린 물을 쓴다”며 “닭도리탕을 끓일 때 감자를 처음부터 넣고 끓이면 국물이 너무 걸쭉해져 감자를 뺀 채 한번 끓여낸 후에 넣는다”고 설명했다.

토종닭이란 말에 질길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겼지만, 맛을 보고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두툼한 껍질 사이에 있는 지방이 근육의 질긴 식감을 고소하고 달큼하게 바꿔 버린다. 옥천에서 공수한 감자는 푸석푸석하지 않고, 적당히 달아 닭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닭도리탕과 함께 나오는 기본 찬도 10가지나 돼 입이 질릴 새가 없다. 주인이 직접 만든 가지볶음, 꽈리꼬추무침, 머위나물, 버섯무침, 어포볶음, 장조림 등 밑반찬은 간을 심심하게 해 얼큰한 닭도리탕과 조화를 이룬다.

김 사장은 “가게 임대료가 낮아 음식값이 싸도 재료에 신경을 더 쓸 수 있다”며 “전라도에 오래 살며 음식을 배웠고, 고향인 옥천에서 야채와 재료를 사다가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