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준 충남본부 논산담당
[기자수첩]

안동이 영남을 대표하는 유향(儒鄕)이라면 논산은 호서지방의 대표적 유향이다. 예학(禮學)의 본산이자 기호학파의 근원지인 논산에 유림학교를 세워 유황의 명성을 이어 가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유교문화를 체계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려면 유림을 양성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림학교 건립은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본다.

맥을 이어 나갈 젊은 유림들이 없어 유교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음을 감안할 때 유림학교 건립은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예학(禮學)과 유학(儒學)의 대가로 추앙받았던 사계 김장생과 그의 아들 신독재 김 집, 그리고 성리학의 대가 명재 윤 증도 논산이 배출한 대학자였다. 우리나라에서 예학과 예학파의 성립을 가능케 했던 사계의 학통은 김 집으로 이어졌고, 이들 부자의 예학은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에게 전해져 충청도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향으로 우뚝 서게 했다. 또한 숙종 때의 대학자 윤 증은 노서 윤선거의 아들로 3대에 걸쳐 문명을 날린 집안 출신이다. 한국 유교문화의 근원인 연산과 노성은 오래도록 유향의 명성을 누려온 전통문화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특히 연산면 임리에 있는 돈암서원과 김장생, 김 집, 송시열, 송준길이 배향돼 있는 사액서원, 강경 황산리에 있는 임이정은 사계 김장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정자로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 우암 송시열이 지은 정자로 그의 제자들이 모여 학문을 닦던 유형문화재인 팔괘정과 충남도 문화재 자료인 죽림서원, 중요민속자료인 노성면 교촌리 명재 윤 증 고택 등 유교문화의 유적이 많은 것은 이 고장이 유향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유림회가 중심이 돼 매년 춘향제와 추향제를 지내고 있지만 참석자는 대부분 70대 노년층일 뿐 젊은 후계자는 단 한 명도 없어 유교문화의 맥이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 이같은 상황에 유림학교 설립 여론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림학교를 세워 젊을 유림을 양성해 유교문화를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 유림학교 건립이 일부 유림들만의 사안이 아닌 만큼 논산시는 물론 충남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지를 모을 때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