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섭 세종시 정무부시장
[화요글밭]

복지부동, 행정편의주의와 소극행정, 무사안일, 관피아 등의 말을 자주 듣는다. 공무원의 행태를 이르는 말이다. 온 나라가 개혁과 변화를 부르짖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여전히 공무원들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보신주의 행정에 빠져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요즘 타성적이고 소극적인 공무원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다. 그중에서 규제개혁 일환으로 추진되는 '적극행정 면책제도'와 '사전컨설팅 감사제도' 등이 눈에 띤다.

적극행정면책제도는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나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감안해주는 것이다. 공익 추구와 업무 타당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문제가 발생해도 그 공무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거나 벌을 감경해주는 제도이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는 공무원이 업무를 추진하면서, 근거 법령의 해석이 불명확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져 업무 방향을 설정하지 못할 경우, 사전에 법령 집행의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여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적 감사이다.

또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소극행정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준 공무원은 공직에서 퇴출하거나 인사상 조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도들은 모두 공무원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공무원 자리가 '철밥통'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수단이며, 공무원의 무사 안일한 업무 태도를 바꾸기 위한 조치이다.

모든 공무원이 소극행정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소신껏 업무에 매진하는 공무원도 많다. 공무원의 적극적인 업무 태도를 이끌기 내기 위한 제도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바탕으로 차문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게 옳다. 소극 행정을 빌미로 무분별한 문책과 질타만 이어질 경우,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꺾게 될 것이다.

공무원 또한 제도를 핑계로 최소한의 면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종시는 올해 7월부터 관내 2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85명으로 구성된 '기업소통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기업체 현장을 방문하여 애로나 규제로 인한 불편사항을 파악하여 해결해준다. 국내외 최신 경제동향을 알려주고 건의사항이나 민원발생 시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세종시 공무원과 기업체 직원이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자", "기업이 원하는 것을 돕자"는 입장에서 출발했다.

또한 세종시는 올해 5월 건축 관련 18개 인허가 분야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하여, 시민들의 건축허가 신청을 적극 돕고 있다. 세종시는 도농복합도시 특성상 산지전용이나 농지전용 등이 두루 필요한 건축복합민원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관계 부서도 많아 규정을 잘 모르는 민원인은 서류를 갖춰 제출하는 데에도 고충이 많다. 건축 및 개발 관련 복합민원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세종시건축사협회ㆍ토목측량협회 등과 협의하여 제출 서류의 보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고, 민원인에게 필요한 서류를 쉽게 알려주는 체크리스트를 마련한 것이다. 관계 공무원들이 소통을 통해 시민 편의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이끌어가는 타율적인 개혁과 별개로, 이제 공무원 스스로 변화의 바람을 이끌어갈 때이다. 공무원 개인의 사고(思考) 전환과 능동적 움직임이 나비효과로 퍼져, 온 국민이 행복하고 다수 공무원이 신뢰받는 사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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