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학대 피해 나온 아이들
돌아갈곳 없어 쓸쓸한 추석
“명절때 내쫓긴 경우도 많아”
대전청소년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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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가정 학대를 피해 부산에서 도망쳐 나와 대전 은행동 대전청소년남자쉼터에 입소한 B(21·왼쪽) 씨가 센터 직원과 함께 추석맞이 오색전을 만들고 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아버지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한테 학대를 받다 결국 쫓겨나서 쉼터로 왔어요. 명절이 왔어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가정 학대에 시달리다 청소년 쉼터에서 새로운 생활을 꾸리는 A(23) 씨는 추석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13일 기자가 찾아간 대전 은행동 대전남·녀청소년쉼터에는 A 씨와 비슷한 사정을 가진 10여명의 청소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A 씨는 “지난 5월 쉼터에 입소해 친구도 많이 사귀고, 컴퓨터 회사에도 잠깐 다녔다”며 “지금 살 곳이 없어 열심히 공부한 다음에 기숙사가 딸린 직장으로 취업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학대와 욕설을 받고, 참다못해 부산에서 대전까지 도망온 B(21) 씨도 아버지와 동생들이 보고 싶지만, 쉼터에서 명절을 보낸다.

B 씨는 “일주일 전에 부산에 있다간 붙잡힐 것 같아 한 푼도 없이 무작정 기차를 타고 대전에 도착했다”며 “대전역과 갈마동 일대에서 노숙을 하다 교회에 도움을 청했고, 노숙인 쉼터를 거쳐 이곳에 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며칠간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워 제대로 먹지 못해 수척해진 모습의 B 씨는 노숙생활 중 지갑도 잃어버리고 막막하던 차에 청소년쉼터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안정을 찾은 B 씨는 그동안 해오던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다시 하며 돈을 모아 자립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B 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너무 많이 맞아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며 “신탄진에서 직장을 구한 다음에 돈을 모아 방을 하나 얻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쉼터는 명절에도 갈 곳이 없는 입소생들을 위해 추석 음식과 이벤트를 준비해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이날도 점심 무렵이 되자 추석맞이 오색전과 명태전을 준비해 아이들과 센터 직원들이 함께 음식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김원세 대전청소년남자쉼터 소장은 “설과 추석 전후로 가정불화와 폭력, 가출로 센터에 입소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지난 설에도 경찰과 기관에서 밤낮없이 아이들을 인계해줘 명절만 되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평소라면 아이들이 친구나 친척 집에서 잠시 머물 수 있지만, 명절에는 다들 고향으로 떠나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지고, 소외를 당한다”며 “심지어 명절 때 집에서 내쫓긴 아이도 많아 문을 차마 닫을 수 없어 추석에도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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