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교·충남본부 서산담당 antisofa@cctoday.co.kr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은 자서전인 ‘이 땅에 태어나서(나의 살아온 이야기)’의 글을 시작하면서 첫머리를 서산농장(천수만 AB지구 간척지)으로 채웠다.

정 명예회장은 “그 옛날 손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돌밭을 일궈 한 뼘 한 뼘 농토를 만들어 가며 고생하셨던 내 아버지 인생에 꼭 바치고 싶었던 이 아들의 때 늦은 선물”이라며 “내가 마음으로, 혼으로 아버지를 만나는 나 혼자만의 성지 같은 곳”이라고 술회했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로 난항을 겪던 물막이 공사에 폐유조선을 활용,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유조선 공법(Very Large Crude Carrier·일명 정주영 공법)을 만들어낸 현장이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렇게 천수만을 막아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1%를 차지하는 대규모 간척지를 만들었고, 또 1998년 서산농장 내 목장에서 키운 소 500마리를 몰고 방북하는 일명 소 떼 방북의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현재 서산농장 일부에 주행시험로와 연구동을 갖춘 자동차 첨단부품 연구시설이 중심이 된 서산바이오웰빙연구특구 공사가 한창이다.

서산지역은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파워텍, 현대다이모스, 현대위아 등 부품 회사를 비롯, 완성차인 기아차 모닝·레이가 생산되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가족인 현대오일뱅크도 있다. 그만큼 서산은 정 명예회장, 현대일가와 연이 깊은 곳이다.

최근 ‘간월도관광지 분양 활성화 전략수립’ 용역 최종보고서에서도 정 명예회장과 관련된 얘기가 언급됐다.

정 명예회장 기념사업회에서 간월도관광단지에 기념관 건립 추진을 타진했으나 여의치 않은 여건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시 관계자가 밝혔다.

서산시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간월도관광단지는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찌됐든 정 명예회장과 현대일가가 서산으로 인해 많은 혜택을 받아 온 만큼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문제는 해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수만이 막히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지역민들이 쏟아낸 눈물은 아직도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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