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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언니' 조은주는 눈시울을 붉혔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순간 목이 메었다. 그녀의 눈 앞에는 '가족'이라 부르고픈 분들이 앉아있었다. 올해 5월부터 매일 페이스북 라이브 음악방송을 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며 응원해준 분들이었다. 그녀가 아끼는 20년 지기 음악친구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객석에서 그녀의 엄마는 딸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오카리나에 살포시 열 개의 손가락을 얹었다. 가왕 조용필을 닮은 가수 정진채는 더벅머리를 튕겨 머리칼을 넘겼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드러머 오태형은 스틱을 꼭 말아쥐었다. 퍼커션 박종인은 흥이 오른 발바닥을 까닥까닥했다. 피아니스트 박세환은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직전. 베이스 기타 최수항은 악보를 지그시 내려다봤다.

카메라를 든 키다리 아저씨는 찰나를 담으려고 숨을 죽였다. '박구박(?)' 박홍철 PD는 가만히 무대를 응시하고…. 그녀가 음악친구들과 짧게 눈빛을 주고받은 순간. 연주가 시작됐다. 8월 20일 골프존 조이마루 챔피언스 홀에서 열린 <피리부는언니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100회 특집 콘서트> 풍경이었다.

오카리나는 세상의 모든 새들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오카리나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때마다 푸른 숲이 펼쳐진다. 예쁜 새가 날아든다. 맑고 고운 소리. 일상이 음악이 되는 순간. 이날 그녀는 음악친구들과 함께 '꽃날'을 연주했다. 내 몸은 꽃줄기처럼 살랑살랑 흔들렸다. 오즈의 마법사 OST 'over the rainbow'를 비롯해 '바다가 보이는마을', '여인의 향기'. 다양한 연주곡에 객석은 봄바람이 부는 들판처럼 넘실거렸다.

가수 정진채는 자작곡 '정말 고마워요'를 불렀다. "정말 고마워요 그대의 사랑이~정말 고마워요 그대의 마음이 …." 노래 가사가 꼭 피리부는 언니의 마음을 대신해주는 듯 했다.

"저랑 한 집에서 사는 남자에요. 세상에서 가장 섭외하기 쉬운 남자를 소개할게요."

피리부는 언니의 깜짝 선언. 다름아닌 그녀의 친오빠 바리톤 조병주와 꾸미는 무대였다.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남매는 성악곡 '제비꽃'과 '입맞춤'을 선사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제비꽃의 꽃말은 '사랑'이라지. 음악은 우리들의 일상과 입맞춤하고 있지. 바리톤 조병주는 소프라노 박현경과 함께 정통 오페라 일트로바트라 2중창을 끝으로 무대를 내려갔다. 이날 콘서트의 수익금 전액은 문화소외지역 어린이들에게 오카리나를 전달하는 '작은 거위의 꿈' 프로젝트에 사용돼 감동을 더했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 그때의 공연은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오카리니스트 조은주는 블랙스완 같은 도도함과 동네언니 같은 편안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듯하다. 오카리나를 불 때는 우아한 백조로, 말을 할 때는 친근한 동네언니로 변신한다. 언젠가 '피리부는 누나' 조은주는 대전역 앞 포장마차에서 내게 자신의 삶과 음악을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오카리나를 연주하며 삶이 치유됐다고. 그 음악을 듣는 분들도 마음에 위로를 얻었다 하더라고. 그래서 행복한 것 같다고….

그녀에게 오카리나는 흙으로 빚은 악기를 넘어,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로 빚은 특별한 악기가 아닐런지. 왜냐면 그녀는 지금 이순간, 매일 페이스북 라이브 음악방송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음악을 들려주고 있기에. 신청곡을 연주해주며 일상에 행복한 쉼표를 선물하고 있기에.

(이 글은 8월 30일에 작성됐습니다-이 사업(기사)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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