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산 유성온천역장
[시론]

짐 클리프턴 미국갤럽회장이 지난해 초 ‘일자리전쟁(원제 The coming jobs war)’이란 제목의 책을 냈다. 클리프턴 회장은 세계 최고의 여론조사기관에서 6년간 연구한 결과를 근거로 앞으로 벌어질 3차 세계대전은 일자리전쟁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업이 테러보다 더 무섭고 인간의 삶을 더 황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국가지도자들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나라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조건은 군사력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각도 예리하다. 갤럽은 각 나라가 ‘일자리창출부’를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강력히 대처할 것을 권고했다.

2년 전 대전시는 2018년까지 일자리 24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상용직 10만개, 시간제 14만개였다. 올해 초에는 ‘대전경제 그랜드플랜 30’이라는 경제정책과 비전을 제시했다. 일자리중심경제와 산업구조 고도화, 대전경제규모 키우기 등 3개 분야에 30개 실천과제를 내놨다. 그동안 성과도 있었다. 올해 2분기 대전시 청년실업률은 8.8%로 전국 최저 수준이며, 청년고용률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방에서 가장 높은 42.9%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6대 광역시 중의 하나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수년간 수원시나 창원시처럼 인구 100만을 넘은 도시들의 무서운 추진력과 성장세가 돋보인다. 123만명의 수원시는 올해 4361억원을 투입해 3만 4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구 108만명인 창원시는 이미 지난해 지역내총생산(GRDP)이 대전시의 35조원보다 많은 36조원으로 나타났다. 103만명의 고양시나 98만명의 성남시는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라며 시정을 다걸기하고 있다. 지난주 경기도는 청년일자리창출과 확대 차원에서 청년구직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성남시와 서울시에 이어 지방자치단체로는 세 번째 ‘청년수당’ 지급이다.

대전의 대표적인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4년 말 기준 정부출연연구소 등을 포함한 입주업체 1608개, 매출 16조 7000억원, 고용인원 6만 7390명 수준이다. 2011년 성남시 분당구에 완공된 ‘판교테크노밸리’의 지난해 말 기준 입주기업은 1121개, 매출액은 70조 2778억원에 이르렀다. 직원 수는 7만 2820명이며 이 가운데 8940명이 신규채용 인력이었다. 판교가 매출이나 고용면에서 대덕특구를 훨씬 뛰어 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초 판교를 더 확장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운다고 발표했다. 이미 광주, 대구, 부산, 전북에도 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됨으로써 앞으로는 대덕특구가 과거와 같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됐다.

‘일자리전쟁’에서 갤럽은 국민들의 5가지 행복요소로 일에서의 행복, 사회적 행복, 경제적 행복, 신체적 행복, 지역사회에서의 행복을 꼽았다. 양질의 일터에서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고, 건강에 문제없이, 지역 공동체에 관심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바로 행복의 요소라는 것이다. 갤럽은 일자리창출의 핵심세력 세 가지는 도시, 지역 대학, 지역사회 리더라고 강조했다. 대전시의 역량을 모아 일자리 전쟁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2년 남았다. 최종 승리를 위한 일자리전쟁의 ‘워룸(war room)’이 가동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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