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국회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100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3당 체제의 정치구도로 재편 이후 국민적 요구인 '협치'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가 관심사다. 그간 여야가 각기 민생을 외치면서도 막상 정치 현안에서는 사사건건 충돌해온 터라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8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었다. 추경예산안 처리가 몇 차례 무산되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무상보육예산과 개성공단 입주업체 지원 예산 등을 싸고 여야가 서로 맞섰다. 추경 본회의 처리와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등을 연계한 정략적 발상에 발목이 잡혔다.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야권도 문제이지만 이에 반발하는 여당 또한 그리 매끄러운 게 아니었다. 국민의 눈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염두에 둔 행태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여야 간에는 심상찮은 전운이 감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과 더불어 곁가지 논란까지 겹쳐 국민적 피로감을 여간 높여주는 게 아니다. 사드 배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 백남기 청문회, 무상보육 예산 등 녹록지 않은 이슈가 곳곳에 널려 있다. 여러 국정과제를 입법화하려는 여당에 대한 야권의 시각차가 워낙 크다.

어제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 충돌로 파행을 빚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추경안을 야당 단독 표결 처리한 것을 놓고 여야가 서로 반말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끝내 야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정기국회도 사상 최악이라던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는 오기나 독선 내지는 아집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기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한둘 아니다. 400조 규모의 내년도 슈퍼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여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정상적으로 확정, 통과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국정감사 또한 국민대의기관으로서 행정부의 정책 집행의 투명성에 초점을 둔 감사, 정책 방향을 제안하는 생산적인 것이어야 한다. 오로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처신하라. 여야 간 생산적인 협치 채널 가동을 거듭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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