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목요세평]

모든 사람들에게는 뇌의 가소성이 있다. 사람은 하나의 수정란이 분화되어 약 100조 개의 세포가 되면서 한 생명체로 태어난다. 태어났다는 것은 세포 분화가 중단 된 것을 의미하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뇌 세포’이다. 뇌 세포는 평생 굳어지지 않고, 80세가 넘어서도 계속 생성된다. 이를 뇌의 가소성 (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뇌 영역은 쓰면 쓸수록 더 발달하고 안 쓰면 그만큼 퇴화하며, 뇌혈관질환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뇌에 손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뇌의 가소성으로 그 옆에 있는 뇌 세포가 대신 역할을 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의 신체 활용 정도에 따라 뇌가 스스로 변화하고 뇌의 시냅스 연결구조가 리모델링된다. 이것이 스스로 변하는 뇌의 가소성인데, 습관의 본질이며 학습의 효과이다. 예를 들어 골프 스윙 연습장면을 TV로만 보더라도 뇌가 활성화 되면서 스스로 골프 스윙을 기억하게 된다. 수년 전 ‘시크릿’이라는 책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원하는 것을 갈망하면 결국엔 그것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갈망하고 행동한 만큼 뇌신경과 호르몬, 신경전달 체계가 새롭게 리모델링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랑을, 승진을, 사업 성공을 갈망한 만큼 뇌는 새롭게 태어나고, 또한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이 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뇌의 전두엽이 17~19세에 완성되기 때문에 그 이후 사람의 성격은 변할 수가 없다는 것이 과거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우리의 뇌가 변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인간의 뇌가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가장 행복하고 뛰어난 뇌는 50대에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회 및?가정적인 책무가 있는 30~40대에 비해 20대 청년층과 50대 장년층이 가장 행복한 U자형 행복도를 보인다. 중년은 젊은 시절보다 판단력, 문제 해결 능력, 어휘력, 직관, 통찰력 등이 발달되면서 신속하게 요점을 이해하며, 더 빨리 논의의 핵심을 파악한다. 이를 바버라 스트로치는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뇌의 가소성 성질 때문에 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뇌에 신호를 전달하는 미엘린(myelin)은 50세에 절정에 달하고, 중년의 뇌는 긍정적인 자극에 더 반응하는 편도(amygdala)를 가지는 경향이 있으며, 젊었을 때 보다 양쪽 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특히 50대가 지닌 뇌의 특징 중 하나는 초기 모드(default mode network; DMN) 현상이 있다. 이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능력을 말한다. 한마디로 ‘멍 때리는’ 능력인데, 뇌가 쉬고 있을 때 백색질의 활동이 증가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뇌가 성장하면 잉여의 시간을 이용 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는데, 아인슈타인은 “할일이 없으면, 미래가 궁금해진다”고 했다. 창의적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잉여의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의미로, 바빠서는 절대 혁신의 뇌가 만들어 질 수 없다.

뇌의 가소성은 갈망과 실천이 있어야 발휘된다. 하지만 멍 때리는 시간, 다시 말해 '여유'라는 것이 없으면 창의적인 뇌가 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천재로 태어나는데 뇌의 가소성이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갈망과 실천, 그리고 여유라는 삼박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뇌의 가소성이 그 사람은 남 다른 사람으로, 천재로 형질변환 시킨다. 이는 칸트, 이순신, 정약용 선생 등 40대 이후에 자신의 목표를 성취한 모든 위인들의 일관된 공통점이다. 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고난 속에서 자신을 믿고 갈망했으며,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자신의 뇌 신경전달 체계, 뇌신경 호르몬을 새롭게 일구어 평범했던 이전과 다른, 위인이 된 것이다. 매일 상상하라, 그리고 갈망을 물고 늘어져라!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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