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권선택 대전시장이 기사회생 했다.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권 시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지난 2년 동안 권 시장을 옥죄던 족쇄가 풀리면서 당분간 시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선출직 공직자의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를 1년6개월 앞둔 시점에서 포럼을 설립해 활동한 것이 과연 선거법위반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졌다. 권 시장은 2012년 10월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만들어 회비를 모으고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등의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이 선거운동기구 유사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며, 권 시장의 포럼 활동도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2심을 뒤엎은 것이다. 대법원은 선거법상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관해선 엄격히 해석하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포럼과 같은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정치적 자유권 등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 하에서 정치신인들이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공식선거운동기간 외에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비판이 선거 때마다 불거지곤 했다. 대법원은 출발선을 동일하게 하는 등의 실질적 기회균등을 보장해 줘야한다고 했다.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행위가 폭넓게 허용됨으로써 정치인들은 평소 활동을 하는데 숨통을 트게 됐다.

대법원의 파기환송과는 별도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은 별도의 추가 심리를 남겨두고 있어 권 시장의 거취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시정 역할이 축소되거나 정책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시정의 연속성이 보장된 만큼 그동안 재판으로 지체됐던 사업이 있다면 다시 추스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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