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4번 생선 먹으면 우울증 위험 절반으로 '뚝'
고기·가공식품 위주 서양식 식사패턴은 우울증상 악화

▲ 촬영 안철수
▲ 촬영 안철수
▲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건강이 최고] 자살 부르는 우울증…"생선·채소가 효과"

1주일에 4번 생선 먹으면 우울증 위험 절반으로 '뚝'

고기·가공식품 위주 서양식 식사패턴은 우울증상 악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주요사망원인 5위다. 자살 사망률은 교통사고사망률(10.1명)보다도 2.5배나 높다. 이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게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등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 중 치료를 받는 사람은 22.2%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만큼 우울증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울증이 '우울감' 같은 전형적인 증상을 꼭 동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가면성 우울증'이란 게 있다. 우울증이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경우 조기에 의사를 찾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도움이 되지만, 정작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상시 이런 우울증이 생기지 않게끔 하는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평소 식습관이 우울증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참고할 만 하다.


제유진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유럽임상영양학저널'(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생선을 일주일에 4번 이상 먹는 사람은 한번 미만인 경우에 견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8% 낮았다.

연구팀이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국내 19∼64세 성인 9천183명(여 5천584명, 남 3천59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특히 이런 상관관계는 여성에게 더욱 강했는데, 같은 비교 조건에서 생선을 1주일에 4번 이상 먹은 여성의 우울증 위험은 56%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생선 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상관관계는 외국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일본에서는 거의 매일 생선을 섭취한 대학생이 생선을 거의 먹지 않은 대학생보다 우울증 위험이 35%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5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생선을 섭취하는 사람이 세 번 미만으로 섭취한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40% 낮았다.

연구팀은 생선에 풍부한 도코사헥사엔산(DHA: docosahexaenoic acid), 에이코사펜타엔산(EPA: eicosapentaenoic acid) 등의 오메가-3 지방산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새러 콘클린 박사팀이 미국심신의학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뇌의 겉부분(피질)인 회색질(gray matter)의 양이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뇌의 감정조절 영역에 영향을 미쳐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EPA와 DHA가 우울증 환자에게서 증가한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제유진 교수는 "생선 섭취를 더 많이 할수록 과일, 채소, 흰살 고기(닭고기)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한국에서 성인의 생선 섭취와 우울증의 연관성을 조사한 첫 번째 연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기와 가공식품 위주의 서양식 식사 패턴은 우울증상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2010~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총 9천717명을 대상으로 한국인 식사패턴을 ▲ 서양식(육류, 튀긴 음식, 탄산음료, 라면, 아이스크림 선호군) ▲ 한식(채소, 해조류, 생선위주 선호군) ▲ 채식(과일, 채소, 잡곡류, 콩, 유제품 선호군)의 3가지로 나눠 우울증과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육류와 가공식품을 주로 섭취하는 서양식 패턴은 우울증상을 1.15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 반면 채식 위주의 식사는 우울증상을 0.90배로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일이나 채소 위주의 채식패턴에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산화스트레스와 염증반응에 의한 우울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봤다. 반면 육류를 주로 섭취하는 서양식패턴은 항산화 물질과 엽산의 섭취 부족에 따른 산화스트레스 증가와 신경보호효과 감소가 우울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채소와 잡곡, 콩류, 생선을 주로 섭취하는 방향으로 식사패턴을 바꾼다면 우울증상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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